[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개인의 물건이 시대의 유물로, ‘그날’의 운동화가 되살아난다.
김숨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 ‘L의 운동화’가 출간됐다.
소설은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청년 이한열의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김숨은 최근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연달아 수상하며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한열은 1987년 6월 9일 연세대에서 열린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 7월 5일 22살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인물이다.
그의 희생은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됐고, 당시 국민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150만 추모 인파가 모여들었다. 이한열이 신었던 270㎜ 흰색 ‘타이거’ 운동화는 현재 오른쪽 한 짝만 남아 있는 상태다.
시간이 흐르면서 밑창이 100여 조각으로 부서질 만큼 크게 손상됐지만, 2015년 그의 28주기를 맞아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 박사가 3개월에 걸쳐 복원을 진행한 탓에 현재 이한열기념관에 전시됐다.
작가는 김겸 박사의 미술품 복원에 관한 강의를 듣고, 과천에 있는 김 박사의 연구소를 방문해 복원 작업을 지켜본 후,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을 소설로 재탄생시켰다.
‘L의 운동화’ 는 한 개인의 사적인 물건이 시대적, 역사적 유물로 의미를 부여받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미술품 복원 전반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이한열의 생존 당시 이야기와 그의 친구들 및 유가족들 의 뒷이야기도 그려졌다.
전작 ‘바느질하는 여자’가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써 내려간 소설이라면, ‘L의 운동화’는 산산 이 부서져 내린 운동화를 한 조각, 한 조각 맞춰 나가며 시대를 복원해 낸다.
소설은 이한열의 운동화를 통해 한 시대의 슬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지극히 개인 적인 물건이라 할 수 있는 운동화 한 짝이 ‘사적인 물건’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어 ‘시대를 대변하는 물건’으로 역사적인 상징이 되는 과정을 김숨 작가 특유의 집요하고 치밀한 묘사력으로 세세히 그려내며, 삶과 죽음, 기록과 기억, 훼손과 복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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