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 박귀성 기자] 대한민국과 미국, 북한의 평화무드 조성에 여전히 찬물을 끼얹는 세력이 있다. 이른바 안보팔이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부의 안보와 외교노력을 평가절하하는 세력과 정당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버젖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다.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만나 “적절한 때 백악관 와달라”라고 요청했고, 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원하면 언제든 갈 것”이라고 화답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북한 관영매체도 이례적으로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속보’로 신속하게 보도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텔레비죤(Korean Central Television, DPRK TV)은 실시간 속보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만나 남북한 경계를 넘나드는 영상을 공개했고, 친북 인터넷 매체들은 앞다투어 이 영상을 전세계에 보급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선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깜짝 회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내와 미래를 보는 통찰력, 북한을 둘러싸고 대한민국과 일본, 중국, 소련을 아우르며 미국을 이끌어낸 뚝심 외교의 결정판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와 나 사이의 훌륭한 관계 아니라면 이런 전격적 상봉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일본에서 진행된 G20 정상회담 이슈는 오히려 판문점 북-미 대화와 남·북·미 정상 만남이라는 역사적 드라마로 인해 묻혀지고 여의도 정가에선 “전세계 언론 이슈로만 보면 G20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이슈를 생산하기 위한 리허설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이고 감격적인 회담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약 1시간8분 동안 펼쳐졌다. 지난 싱가포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와 달리 두 정상은 한결 편안하고 익숙한 모습이었고, 비록 두 정상의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연을 자청하고 자리를 비켜 준 비공식 대화였지만 상당한 성과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내와 꾸준한 노력으로 점철된 외교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매우 불편한 심기를 보이는 인물도 적지 않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일찍이 “트럼프·김정은 DMZ 회동 어려울 것”이라면서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통화만 할 듯”하다고 북-미 두 정상의 만남에 재를 뿌렸다.
외교 기밀 누설 논란을 빚으며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DMZ에서 만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효상 의원은 이날 오전 SNS를 통해 “외교안보 채널을 동원해 알아보니 오늘 DMZ 회동은 어렵고 전화 통화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전하면서, “전화상 짧은 안부를 주고받는 작은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고,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효상 의원의 글 게재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인터넷과 SNS에선 강효상 의원을 비난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었고, 강효상 의원은 순식간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포털에 실시간 검색순위에 오르는 본인으로서는 원치 않을 기염을 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이런 자유한국당의 ‘안보 의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김태년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오늘 자유한국당이 ‘안보실정백서’를 만들었다면서 떠들썩하게 행사를 했더라. 황교안 대표는 ‘안보가 엉망이 됐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터무니없는 주장에 한숨만 나온다”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김태년 의원은 이어 “자유한국당은 걸핏하면 안보위기 운운하는데, 도대체 뭘 근거로 위기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백서에는 뭐가 좀 있을까 싶어서 찾아봤더니 백서는 7월말에나 완성이 된단다”라면서 “자유한국당이 뭘 모르고 괜한 걱정을 하는 것 같으니 좀 알려드리겠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강한국방, 튼튼한 안보를 토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김태년 의원은 다시 “남북의 국방비 규모만 해도 10배 가까이 차이 난다. 미 국무부에서 발간한 ‘2018년 세계 군비지출 무기이전 보고서(World Military Expenditures and Arms Transfers 2018)’에 따르면, 2016년 남한의 국방비는 368억 달러, 북한의 국방비는 39.9억 달러”라면서 “그리고 한반도 평화는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한 한미동맹이 뒷받침하고 있다. 사실 자유한국당은 안보를 말할 자격도 없는 정당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남북관계는 최악이었고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있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김태년 의원은 이에 더 나아가 “국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한 것도 박근혜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방예산 증가율이 평균 4.2%였는데,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은 8.2%다. 박근혜정부의 2배 수준”이라면서 “어느 정부가 진짜로 안보를 챙기고 유능한 정부인가”라고 반문했다.
자유한국당의 ‘안보’ 관련 황당한 주장은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팩트체크를 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분위기 형성을 의식한 듯 남북을 배려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북-미 대화 중단 이후 있었던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관련 질문을 받고 “대부분 국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이것은 아주 소형 미사일이기 때문에 이것을 미사일 발사라고 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발사하지 않았고 테스트도 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좋은 경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안보 팔이’ 주장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만남 제안에 응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제 제안에 반응하지 않았다면 (미국) 언론의 평소 행태로 봤을 때 저에게 몹시 부정적인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2년 반 전의 상황을 돌아본다면 굉장히 안 좋았고, 남북한과 전세계에도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이뤄낸 관계는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준다.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각하와 나 사이의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남들이 예상 못한 좋은 일을 해내면서 앞으로 맞닥뜨릴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조연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은 깜짝 이루어진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큰 고개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전세계와 남북 8천만 겨레에게 큰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이른 시일 안에 (북-미가) 실무협상에 돌입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오울렛 지피(GP)만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며 “과감하고 독창적인 접근 방식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북-미 간 대화를 할 것이며, 물론 그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한-미 동맹에 있어 굳건한 신뢰를 표명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입회한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군사분계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배웅을 받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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