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손우현 기자
〈죽은 시인의 사회〉(1989)라는 영화에서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 분)이 자주 외친 말로 유명해진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직역하면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라는 뜻으로 '현재를 즐겨라.’ 라는 말이다. 이 말을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라.' 혹은 성실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강조하는 말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정반대의 뜻이다. 이 구절은 원래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Horatius의 시에 나오는데,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고."라는 구절의 일부이다. 호라티우스의 시에서는 좀 고상하게 표현했을 뿐이지 우리나라 옛날 가요에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라는 가사, 딱 그 수준이다. 개미처럼 지금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베짱이처럼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겠다고 생각 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더 잘 산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베짱이 같은 인생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국가가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간섭하는 것은 개인이 삶을 어떻게 살지 결정하는 데 국가가 간섭하는 것이다. 자유 지상주의자가 보기에 그것은 우에하라 씨의 말처럼 '쓸데없는 참견'이다. 국가의 강제 행위는 정확히 말하면 쓸데없는 참견 정도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이다.
철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최훈 교수는 이 책에서 ‘철학자들의 사고 과정을 따라가 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철학 이론은 어떤 자연적인 사실과의 대조로 그 이론의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진리나 정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따라서 철학자들이 내세우는 주장이 맞는 말인지 아닌지는 알 수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 1장에 나오는 탈레스의 “세상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이후 데모크리토스의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은 현대 물리학 이론에 딱 맞다. 그렇다고 해서 탈레스는 ‘틀린’ 주장을 했고, 데모크리토스가 ‘맞는’ 주장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철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주장에 이르는 사고 과정이다.
수학자들이 어떤 것을 증명할 때 보면 마지막 단계까지 한 단계 한 단계 꼼꼼하게 진행된다. 공리에 따른다든가 기존 증명에 의존한다든가 하는 근거가 있어야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철학의 추론 방식도 마찬가지다. 이성의 힘에 의존해서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엉뚱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너무 엉뚱해서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증명 과정 중 어떤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부분을 찾아서 이 대목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고 반박하면 된다. 아무리 찾아도 그런 부분이 없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성이 이끄는 대로 따라왔으니 말이다. 이렇게 철학자들처럼 ‘이성이 이끄는 대로’ 생각하다 보면 철학자들이 내놓은 생각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테고, 그럼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최훈 저 | 바다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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