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최진근 기자] 성수동, 도시재생으로 변화의 바람 일어
지난해 11월 11일,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 공모를 위한 주민 공청회가 성수공고에서 열렸다. 공청회는 구가 공모 신청을 하려는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에 대한 설명과 도시재생 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성수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재생 모델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주 토론자는 도시재생 관련 전문가인 남진(서울시립대 교수), 김희정(매거진 오), 박동희(성수제화협회), 신근혜(녹색공유센터), 송상철(동해엔지니어링), 김선아(주민) 씨로 성수1가1~2동, 성수2가1~3동 주민 200여 명이 모였다.
매거진 오의 김희정 씨는 “성수동은 사통팔달인 서울시 한복판에 위치한 장소적 이점과 서울숲이라는 쉼터가 있는 도시다. 여기에 문화적 성향이 보태진다면, 경제, 교통, 문화, 여가가 모두 어우러지는 도시가 될 것이다”라며, 도시재생 사업 중에 특히 문화적 기반이 갖춰져야 함을 강조했다.
주민대표인 김선아 씨는 “성수동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특히, 전문적인 분야의 분들이 많다. 이분들의 역량을 십분 활용한다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더 추진력 있고, 완성도 높은 도시재생이 이뤄지지 않을까. 성수동은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이 공존하는 곳이다.
녹색공유센터의 신근혜 씨는 “이런 재생사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관은 지원책으로서 부서간 통합과 소통을 하면서 지역과 주민이 가진 에너지를 발굴해내야 한다”며, 도시재생 주체들의 연결고리의 중요성을 말했다. 이밖에도 뚝도시장의 열악한 주차 여건을 해소하기 위해 맞은편의 경찰기동대 주차장 부지 350평을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제안, 성수동의 평지 특성을 이용해, 자전거 순환도로를 만들자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공청회의 좌장을 맡은 남진 교수는 “오늘 이 자리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이제 도시 계획의 패러다임이 관과 소수 전문가가 아닌, 주민들의 의견과 참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공청회에 나온 모든 의견은 계획에 담을 예정이며, 사업 진행 역시 주민들의 참여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출된 의견은 이메일, 카카오톡, 설문지, 메모의견까지 총 715건이다.
도시재생 대상지 선정, 4년간 시비 총 100억 원 지원받아
지난해,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 공모에는 서울시 14개 자치구가 15개의 사업을 제출했고, 성동구를 포함 총 5개구가 선정됐다. 성동구의 대상지는 성수동 일원, 총면적 886,560㎡다. 성수동은 1985년 대비 25.8% 인구가 감소했으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20년 이상 지난 노후건축물 비율은 67.8%에 달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이 도시재생사업을 기점으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도시재생은 지역의 뿌리가 되는 토착산업을 살리고, 주거공간 환경 개선과 마을공동체를 활성화시켜 지역의 커뮤니티를 살려내는 것이 목표다. 기존 주민의 이주 현상이 발생했던 재건축과 재개발의 부작용을 해소할 새로운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이 될 전망이다.
2010년 이후 성수동은 도심, 강남과의 편리한 교통 접근성, 서울숲 등 자연환경과 저렴한 지가로 사회혁신단체, 문화ㆍ예술인이 유입되면서 지역 활력과 매력을 증진하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성수역 교각 유휴공간을 이용해 만들어진 'from ss' 8호 매장이 장애인과 체형교정을 위한 교정 맞춤 전문 수제화 매장이 개장하면서, 수제화 산업 육성지원책에 따라 수제화거리가 활성화되는 등 전통산업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삶터, 일터, 쉼터, 공동체가 공존하는 통합 재생 공간으로
도시재생특별법의 목적은 주민, 지역, 공동체의 회복이다. 이를 위해 구가 시에 제출한 <더불어 희망을 만드는 장인의 마을 ‘성수’>라는 계획서에는 삶터, 일터, 쉼터, 공동체 재생을 위한 4가지 추진 전략이 제시돼 있다.
먼저 ‘삶터 재생’을 위해서 안전, 건강, 복지의 측면에서 보행이 중심되는 녹색 가로, 자전거 순환길, 기존 공원을 정비해 한뼘공원 등을 확충할 예정이다. 범죄 없는 안심 주거공간을 위해 CCTV, LED 가로등을 확보하고, 특히 공가를 활용한 온세대 돌봄센터를 설립해 돌봄과 복지 공간을 마을 전체의 교집합으로 이끌어낼 계획도 있다.
두 번째는 ‘일터재생’이다. 지역의 뿌리산업을 적극 지원해 성장동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성수는 수제화다’라는 공식처럼 토착산업을 지원 육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서울숲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경제 공동체를 육성하도록 사회적경제 기금 등의 방안을 총 동원할 계획이다. 또, 영세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공간 확보나 작업장 개보수 등의 지원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네 번째는 ‘공동체재생’이다. 2015년도 가장 역점 추진 대상인 공동체 재생은 마을주민들의 참여에 달려있다. 구는 이를 위해 마을학교를 열어 주민 간 소통 공간과 방법을 제시하고, 공동체가 육성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희망적인 것은 이미 서울숲 일대의 사회혁신단체, 문화예술단체가 자생적으로 조직되어 꿈틀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성수동에서는 이들이 주체가 되어 ‘꽃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이벤트적인 마켓과 행사들이 연이어 열리면서 성수동은 점차 정적인 회색 공간에서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색을 입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는 지역 자부심 찾기, 마을공유공방, 지역매거진 활성화, 마을재생지원센터 등의 하드웨어적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청동ㆍ가로수길ㆍ경리단길 전철 밟지 말아야
성수동이 도시재생으로 살아난다는 것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성수동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수제화’는 단순히 맞춤 구두를 벗어나, 이제는 첨단 산업과 손을 잡고 개인의 발 모양과 걸음걸이를 측정해 교정할 수도 있는 복합산업이자, 건강화로 업그레이드됐다. 또, 소유의 개념이 기성 제품의 브랜드 가치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함에 대한 욕구로 변화하면서 성수동의 ‘가죽’ 산업이 갖는 핸드메이드의 특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루트임팩트, 희락공방, 더페어스토리, 수제화를 비롯한 다양한 협동조합 등이 자생적으로 착한 경제와 사회문화를 꿈꾸며 움직임을 꾀하는 만큼, 관에서는 이 불씨가 꺼지지 않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삼청동, 가로수길, 경리단길과 같이 자영업자와 영세상인들이 모여들어 가꾸어 놓은 문화의 거리가 자본의 침투에 무너지고 만 안타까운 사례를 잘 기억해야 한다. 성동구는 이를 위해 성수동의 업종 제한 등의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시의 주인은 주민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지원은 구에서 적극적으로 맡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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