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 감시 아닌 예방 목적"
"대리수술 몇몇 의사의 일탈 아냐.. 제보 많아"
"CCTV 설치 법제화로 개인정보보호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대리수술 적발시 의사면허 박탈해야"
"CCTV 설치는 신뢰 회복 기회"
[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지난 5월 울산의 한 병원에서 한 간호조무사가 3년6개월가량 제왕절개 봉합 수술, 요실금 수술 등을 710여 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부산의 한 병원에선 원장이 의료기기 판매사원과 간호사, 간호조무사에게 수술을 맡기고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지자 진료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또한 최근 경기도 파주에서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수술로 환자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리수술은 수술실이라는 접근이 통제된 공간에서 이뤄지고, 환자들은 의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일반인들이 대리수술을 알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한국환자단체협의회 안기종 대표는 대리수술을 막을 예방적 대안으로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대리수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물론 환자에게 사고가 생겼을 경우 대리수술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환자의 알 권리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의사협회에서는 CCTV 설치와 관련해 대리수술은 개인의 일탈이고, 소수일 뿐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몇몇 개인의 일탈로 대부분의 의사들이 피해를 본 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소수라고 하면 의사 전체인원 수에서 손에 꼽을 정도가 돼야 소수라고 할 수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 일부가 100여명이 넘어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재 들어온 제보를 종합해보면 몇몇 의사들의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상당히 많은 의사들이 관여돼 있는 문제다. 더 심각한 건 의사한명이 무자격자 대리수술 및 이를 교사하는 경우 피해 환자는 수십, 수백명에도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일부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CCTV 설치와 관련해 의료진들은 감시 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도 주장한다. 수술은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므로 감시받는 다는 압박이 들 경우 수술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져 결국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그 논리다.
안 대표는 “CCTV가 설치 된 직업은 매우 많다. 어린이집, 영화관, 백화점 거의 모든 장소에 CCTV가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터를 촬영하는 것에 동의하는 이유는 사생활 침해보다 범죄 발생을 막기 위한 공익적 측면이 더 크기 때문에 수용하는 것이다. CCTV는 감시가 아닌 예방을 위해 설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CCTV가 대리수술을 예방할 장치가 된다고 할지라도, 해킹이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는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다. 환자 스스로도 신체부위가 노출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안 대표는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요구했다.
그는 “우선 환자의 동의가 없다면 CCTV는 촬영되지 않는다. CCTV를 병원관계자들이 함부로 열람하게해서는 안 된다. 수사 재판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임의로 볼 수 있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 CCTV 유출을 우려하는 자체가 부실한 관리시스템을 증명하는 것이다. CCTV를 법제화 하면서 촬영된 영상에 대한 보호기틀까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환자단체는 수술실 CCTV 법제화를 줄곧 주장하고 있다. 4년 전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반발과 환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일면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대리수술에 대한 처벌도 지극히 경미한 수준이다. 결국 모든 위험은 환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안 대표는 “우리가 몇몇 병원 정도에서 국한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대학병원에서도 제보가 들어온다. 동네의원 정도로 생각했지만 군병원, 국공립 병원에서도 사례가 많이 들어온다. 대리수술은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말 그대로 대리수술, 수술보조가 있다. 대리수술은 의사 없이 수술이 진행되는 행위다. 수술보조는 의사가 장비를 써야 할 때 도와주는 정도다. 모두 불법이다. 최근엔 영업사원들이 수술실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환자들을 상대로 수술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은 한국에서만의 문제일까? 선진국, OECD국가에서 아직까지 수술실 CCTV설치를 의무화한 국가는 현재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 등에서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돼 입법적 논의가 최근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한국에서 먼저 CCTV 설치 법제화를 시작한다면 외국에도 좋은 선례를 남기지 않겠나? 한국에서 설치된다면 전세계에도 파급이 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국공립 병원을 중심으로 수술실 CCTV 설치 방안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서도 경기도 안성병원 CCTV 설치 이후 현재 다른 병원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안 대표는 “아직까지는 미흡하지만, 자율적으로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하겠다는 병원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최근 경기도 안성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에 대한 공개토론 당시에 경기도의사회가 회원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78%는 CCTV 촬영에 반대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의사들의 22%도 CCTV설치에 찬성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의사들 스스로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의한다는 것은 복합적인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무자격자 대리수술이 논란이 되면서 의사협회는 대리수술로 환자를 뇌사에 빠뜨린 부산 모 정형외과 원장에게 ‘제명’이라는 최고 수위 징계를 내리며 대리수술에 대해 엄정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그저 학회에 가입을 박탈한 것 뿐이다. 의사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리수술의 처벌은 극히 미약하다. 복지부가 대리수술 처벌을 강화했지만 자격정지 1개월이 6개월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안 대표는 “대리수술 적발시 의사면허를 영구 박탈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에 따라 의사의 명단도 공개해야한다. 학회 회원자격 박탈 정도로 뭐가 달라지겠나? 여전히 의사면허는 유지된다. 무자격자 대리수술로 의사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이들은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는 이미 국민의 대다수가 긍정적인 여론으로 형성됐다.
안 대표는 “국민여론이 이미 형성됐고 국회와 정부가 움직여야하는데 의료계가 너무 반대해 국회 앞 1인시위도 진행 중이다. 국회의원을 압박하고 비난하는 개념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입법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CCTV는 다양한 의료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 한 취업 준비생(25)이 서울 강남 A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뇌사 상태에 빠져 한 달 반 만에 사망했다. 수술실 CCTV를 통해 6시간 수술에서 집도의인 원장은 한 시간만 있었던 것이 드러났고 다른 의사가 대리 수술하고 간호조무사들이 지혈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작년 8월 국과수 설립 이래 60년 만에 처음으로 부검결과가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과수는 만삭의 30대 여성이 1차 부검결과에서는 양수가 터지면서 심장과 폐혈관을 막는 양수색전증에 의해 사망했다며 의사의 과실을 부정했다. 그러나 1차 부검결과의 주요한 판단 근거였던 진료기록이 CCTV영상에 의해 조작된 사실이 밝혀져 국과수는 산모의 사망원인이 양수색전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으로 변경했다.
이는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이 CCTV영상을 확보해 진료기록 조작 사실을 밝힐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신뢰를 깨는 의사들이 있으니 CCTV로 회복하는 것이다. 의사가 먼저 CCTV 설치를 제안 한다면 너무 의미있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CCTV를 촬영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 중 환자는 어느 병원을 더 신뢰하겠나?”라고 말했다.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