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손우현 기자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진화를 목도한 분쟁 사례들을 검토한 결과, 몇 가지 관찰사항이 드러났다. 첫째. 비극적이지만 플라톤의 말이 맞다. 오직 죽은 자들만이 전쟁의 종말을 보았다. 금세기 초에 널리 예상했던 것과 달리, 세계는 아직 대규모 재래식 병력이 개입된 대규모 전쟁의 종식을 보지 못했다. 반란, 테러공격, 게릴라전 등 소규모 전쟁이 종식되지 않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외에도 강대국과 주요국들의 군비 및 억제 체제의 핵심 요소인 핵무기는 분명히 전쟁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전쟁을 예방하기는커녕 여러 사례에서 정의되지 않은 한계를 설정했을 뿐이다.
우리는 또한 반란뿐만 아니라 대규모 전쟁의 잠재적 지속 기간에 대해서도 주목하게 되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주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며, 따라서 군대는 적당한 분량의 군수품과 무기체계 비축만으로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을 불식시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양의 군수물자 • 무기 • 탄약을 소비해왔기 때문에 러시아와 그 지지자들은 거의 모든 주요 무기체계와 관련 군수품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긴급 프로그램을 수행해야 했다. 걸프전 처럼 주요 전쟁이 신속하게 종결될 것이라는 희망은 분명히 사라졌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초강대국 간의 대규모 전쟁이 어떤 모습일지 엿볼 수 있는 사례이지만, 아주 살짝만 보여주었다. 대함 미사일 같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우크라이나의 최장 사거리는 현재 80킬로미터를 넘지 않으며(미국이 추가로 제공하는 정밀 탄약은 그 2배에 달하지만), 이는 초강대국 무기고의 일부에 불과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드론의 사거리와 능력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공격하기 위해 이란 드론을 사용한 사례는 향후 이러한 능력을 방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이러한 전술은 의심할 여지없이 미사일 공격과 함께 더 발전된 군대 간의 전쟁에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한 전쟁에서 도덕적 요소와 사기의 역할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본질적으로 독립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인식은 그들에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였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국민 전체가 동기와 헌신, 그리고 점점 더 전문적인 역량과 주도권이 부족한 러시아 침략자들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해 동원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나폴레옹이 분명하게 올바로 간파했듯. "군대의 사기와 물리적 힘의 중요성은 그 비중이 3대 1이다.“
군대의 전문성과 훈련은 물론, 중요한 소부대 수준에서 표준을 제시하고 표준을 집행하며 훈련을 담당하는 것은 부사관이다. 그러므로 전문 부사관단의 중요성도 강조되어야 한다. 엄격하고 까다로운 훈련은 항상 전투 준비 태세의 핵심 요소다. 무형적이지만 중요한 요소인 주도권, 특히 유능한 하급 지휘관들이 이라크 '병력 증파' 당시에 발표된 대반란 지침의 가르침 중 하나인 “명령이 없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파악하고 공세적으로 실행하라"에 따라 주도권을 행사하고 행동하도록 권한과 격려를 받은 것도 마찬가지다.
스타 장군과 대가 역사가의 합작이 빚어낸 최상의 결과물
이 책의 지은이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 주도의 연합군을 지휘했으며, 대반란전 교리를 정립한 스타 장군이다. 그는 이 책에서 정치 및 군사 전략에 관한 전문적 시각을 제시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관한 장에서는 직접 참여한 경험을 살려 전체 집필을 맡았다. 또다른 지은이 앤드루 로버츠는 30년 넘게 냉철한 현실주의자의 시각으로 전쟁사를 연구하며 학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로버츠는 이 책에서 약 80년간 이어진 전쟁들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며 중요한 통찰과 교훈을 이끌어낸다. 두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만나 각자의 고유한 전문성을 발휘하여 완성한 이 책은 현대전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할 것이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앤드루 로버츠 저/허승철, 송승종 역 | 책과함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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