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윤종철 기자 =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가 꼽혔다.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뛰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최근 비상계엄 선언으로 큰 비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권을 정면으로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2위 역시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후안무치(厚顔無恥), ▲3위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석서위려(碩鼠危旅), ▲4위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5위 '본이 서야 길이 생긴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 등이 오르며 윤석열 정권을 강하게 질타하는 모습이다.
교수신문은 9일 전국 대학교수 10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도량발호'가 41.4%(450표)의 지지를 얻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혔다고 밝혔다.
도량발호는 단일 사자성어가 아닌 '도량(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님)'과 '발호(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뜀)' 등으로 각각 달리 활용하던 고어를 붙여 만들어졌다.
도량발호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교수는 "권력자가 지켜야 할 규범의 본질은 위임 받은 권력을 선용해서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판이하다. 권력자들은 자신이 곧 권력의 원천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을 사유화하는 위정자가 많을수록 국민의 삶은 팍팍하고 고단하다"며 "권력자가 위임 받은 권력으로 주인을 지배하는 형국, 즉 주객이 뒤바뀐 상황에서 국민이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사례가 12월3일 심야에 대한민국을 느닷없이 강타한 비상계엄령"이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이런 무도한 발상과 야만적 행위가 아직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섬뜩하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한편 교수신문은 도량발호는 '비상계엄 선포' 사태만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은 비상계엄 선포가 있기 직전인 지난 12월2일까지 진행됐다.
도량발호를 선택한 교수들은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과 친인척 보호, 정부·기관 장의 권력 남용, 검찰독재, 굴욕적인 외교, 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국민의 삶에 대한 무관심, 명태균·도술인 등 사인에 의한 나라의 분열 등을 추천 사유로 꼽았다.
2위에 오른 사자성어는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가 추천한 후안무치(厚顔無恥)로 28.3%(307표)의 지지를 받았다.
김 교수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말을 교묘하게 꾸미면서도 끝내 수치를 모르는 세태를 비판한다"고 했다.
3위에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석서위려(碩鼠危旅)'가 올랐다.
선서위려를 추천한 이형신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는 "온 나라가 자신이 똑똑하다고 굳건히 믿고 있는 지도자들 때문에 끊임없는 논란과 갈등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는 안타까움과 좌절감이 배어 있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교수신문은 매년 12월 교수들의 추천과 투표를 거쳐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올해도 20명의 추천위원단으로부터 19개의 사자성어를 추천받은 뒤 5개의 후보를 확정했다. 투표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번 달 2일까지 8일 동안 설문조사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이메일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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