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김미향 기자]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야마구치 도모미(山口知美·72)의 시름은 나날이 깊어간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이나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올해로 45세가 된 셋째 아들 데쓰야(哲也) 때문이다.
데쓰야는 이른바 '히키코모리'다. 히키코모리란 장기간 일도 하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은 채,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거의 교류없이 집 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를 말한다.
데쓰야의 히키코모리 생활은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 끝난 1989년 9월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쓰야는 두통을 호소하며 학교에 가지 않기 시작하더니, 그 이후로 등교를 하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도 "머리가 아프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병원에서도 데쓰야가 등교를 거부하는 심리적, 신체적 원인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이후 일시적으로 증상이 개선돼 방송통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바(千葉)현 내 한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이후 직장도 갖지 않고 지내고 있다. 현재는 십수년간 방에 모아둔 신문을 하루 종일 읽는 것이 하루일과의 전부다.
야마구치는 "왜 이렇게 됐는지 몇 천번 자문해봐도 알 길이 없다"며 한탄한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하며 보낸 세월이 20년을 훌쩍 넘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테쓰야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히키코모리의 고령화가 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히키코로리를 "직장 및 학교에 가지 않고, 가족 외의 사람과 교류도 거의 하지 않고, 6개월 이상 계속해서 자택에 틀어박혀 있는 상태의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2016년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15~39세 사이의 히키코모리는 54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강남인구(약 56만명)와 맞먹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히키코모리의 고령화다. 민간단체인 'KHJ 전국 히키코모리 가족회 연합회(이하 가족회)'는 40세 이상의 히키코모리가 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히키코모리 전문가인 사이토 다마사(斎藤環) 쓰쿠바 대학 교수는 "등교 거부를 계기로 장기 히키코모리가 되는 사례가 많다"고 분석한다.
문부과학성 조사에서는 초·중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린이 및 청소년은 2016년도에 13만 4398명으로, 관련 산출을 시작한 1991년도 6만 6817명에서 거의 2배 증가했다.
성인이 된 후 취업 활동 및 직장이 인간관계의 좌절이 계기로 히키코모리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형태 및 원인은 다양하지만 일단 히키코모리가 되면 벗어나기란 어렵다.
KHJ가 2016~2017년 전국 약 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히키코모리 본인의 평균 연령은 33.5세로, 10년새 4세 상승했다. 히키코모리를 둔 가족의 평균 연령은 64.1세였다. 모두 과거 최고치다.
KHJ는 히키코모리를 둔 부모들의 모임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내가 죽고나면 자식은 어떻게 될지"라는 공통된 고민이 있다. 야마구치도 그런 경우다. 그는 언젠가 아들이 세탁소를 이어가기 원하지만, 아들 기분을 상하게 할까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다.
히키코모리가 장기화하면서 가족들은 부모의 사망 후 자녀의 생활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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