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박해진 기자] ‘그래! 오늘 시작하자!’라는 마음으로 동화작가의 길을 선택했고, 딸 캘리를 소재로 한 ‘빨강이 최고야’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 알려진 캐나다 작가 캐시 스틴슨(65). 그녀는 막연하게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바라던 선생님이 되었지만 그저 선생님으로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함께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그 자리에서 5년 동안 근무했던 교사를 그만두고, 30살에 동화작가로 등단하게 됐다.
지난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캐시 스틴슨 작가는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맞아 광주문화재단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이 공동주최‧주관하고 주한캐나다대사관이 후원한 한-캐나다 특별교류프로그램 ‘빨강이 최고야’ 강연회에 참여해 아이들 100명과 함께 하는 그림책 강연을 진행했다.
한국 첫 방문인가? 캐나다 건국 150주년 행사 소개를 부탁한다.
아시아 중에서 한국, 그리고 광주는 첫 방문이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방문 전에 책으로만 봤던 나라들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면서 그 나라의 말하는 방식과 식습관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의 품안으로 그 나라가 들어오게 되는 것 같다. 캐나다로 돌아가면 누군가로부터 혹은 대중매체를 통해 “한국! 광주!”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더욱 관심 있게 지켜볼 것 같다.
오늘 ‘빨강이 최고야’ 강연회는 캐나다 건국 150주년 축하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행사인데 마냥 즐겁게 축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아직도 캐나다에서는 캐나다 원주민에 대한 처우가 굉장히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건국 150주년을 맞는 캐나다가 경제적으로 자부심을 갖고 막강해졌다고 그것만을 축하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는? 작품 영감 어디서 얻는가?
주로 좋아하는 작품은 가족에 대한 소재를 다룬 책 혹은 아이의 입장에서 사고할 수 있는 책을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으로는 미국작가 E.B White(E.B 화이트)의 ‘Charlotte's Web(샬롯의 거미줄)’과 미국작가 Robert McCloskey(로버트 맥클로스키)의 ‘Blueberries for Sal(샐의 블루베리)’ 등이 있다.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받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주변에서는 내가 외적으로만 자라지 생각은 절대 자라지 않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웃음) 작품을 쓸 때마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내 첫 작품 ‘빨강이 최고야’도 내 딸 캘리의 어렸을 적 실제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이다. 이 작품도 “내가 책을 만들어야겠다!”라고 해서 시작된 작품이 아니라 딸과의 관계형성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로 작품을 만들었다.
가장 애정 가는 작품이 있다면?
이 질문은 내 자식들 중에서 누가 제일 좋으냐는 질문과도 같다.(웃음). 현재 30여 작품을 썼는데 그 중에서도 ‘빨강이 최고야’와 ‘크거나 작거나’,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 등이 있다. ‘빨강이 최고야’는 말했다시피 우리 딸 캘리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컵, 옷, 머리핀 등 모든 물건이 빨간색이여만 하는 딸과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동화책은 여러 나라에서 번역돼 판매됐는데 캐나다 버전의 주인공 캘리는 빨간 부츠와 빨간 코트 등을 좋아하는데 날씨가 더운 베네수엘라 주인공 샐리는 빨간 수영복과 빨간 샌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프랑스 버전은 캘리가 아닌 소피라는 이름으로 주인공이 등장한다. 내 딸 캘리는 자신이 여러 나라 버전의 이름을 가졌다고 기뻐하기도 했다.
‘크거나 작거나’는 우리 아들 매튜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 애정이 가는 작품 중 하나다.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은 세계적 바이올린 연주자 조슈아 벨이 한 지하철역에서 무료공연을 펼쳤던 실화를 바탕에 둔 그림책으로 굉장히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왜냐하면 예술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감정들을 그림책으로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진행된 ‘빨강이 최고야’ 강연 어땠나?
앞에 서서 보면 우리 아이들 표정 하나하나가 자세히 보인다. 책을 함께 읽고 컬러링을 하는 오늘 수업에서 뭔가 말하고 싶은데 수줍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아이가 있으면 직접 다가가 아이의 생각을 묻고 답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그 아이가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과정을 봤다. 아이들이 참 활발하고, 상상력이 풍부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향후 계획은?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오늘 ‘빨강이 최고야’ 강연에 온 부모님과 아이들 모두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 오늘 자리에 함께한 100명의 모든 분들이 100개의 스토리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길 바란다. 캐나다로 돌아가면 후배 작가 양성에도 지속적으로 힘쓸 예정이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동화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날 강연에 함께한 이형일(11·남구 유안초) 학생은 “파란 눈의 선생님이 동화책을 읽어줄 때는 막 그 장면이 상상됐다. 눈을 감아보기도 하고, 뜨기도 하면서 동화책 장면들을 상상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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